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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다리며」 , 김성조 시인

무협지를 보면

세상이 어지러울 때

숨어있던 고수 번쩍 나타나

세상을 평정하고 또 훌쩍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 했다

영웅은 당대 한 명만 태어난다고 했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 그런지 나는 아직 영웅을 만나지 못했다

 

 

이 시대의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빛나는 이름 자칭 영웅들을 비껴

어디 한가로운 세상을 흐르고 있는가

말갈기 흩날리며 계곡을

누비던 말굽소리 들린다

번쩍이는 눈, 구름처럼 피어나고

바람처럼 사라지던 발자국들

 

 

그러나 달빛 아래 시름 깊은 사내

한숨에 녹아드는 한 꽃잎을 물고

먼 남쪽 바다를 건너간다

 

 

지금 내 안에 반란이 일어났다

달려와 나를 거두어 평정해 주지 않는가

아직도 내 소리 듣지 못했다면 그는

참 아득히도 멀리 있나보다

 

 

내 안의 슬픔으로 늘 그리운 그는

어느 날엔가 소리없이 번쩍 날아와

내 정신의 공백 채워줄까

세상이 시시하고 쓸쓸한 날엔

영웅이 그립다

 



 

「무인도 2」전문 , 김성조 시인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그리운 달 서러운 달 쓸쓸한 달

 

 

달을 보면 기도한다

매번, 기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바라만 본다

깊이깊이 나를 던진다

 

 

내겐 神도 사랑도 친구도 없었다

달빛만이 먼 생애를 쓸어 주었다

 

 

어머니, 어머니......부르듯

달, 달, 달님......하자

달이 내게로 왔다

 

 

아무도 달이 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찰랑찰랑 달의 푸른 숨소리

그 숨소리에 맞춰 숨을 쉬고

걷고 생각하고 잠이 든다

 


이제 내 생애는 달빛처럼 서늘하다

 

 


김성조 시집, 영웅을 기다리며   2013년 10월발행 
도서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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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다리며

김성조의 시집 『영웅을 기다리며』. 저자는 1993년 《자유문학》 시 부문으로, 2013년 계간 《미네르바》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자연, 가족, 자아라는 큰 축을 핵심 모티프로 자신의 내면과 삶의 모습을 성찰한다. 《이제 지상의 나무들은》, 《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그 여자를 흐르는 빛》, 《잘 익은 단풍나무 하나》, 《하루 중 가장 외로운 한 때》 등 다양한 시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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