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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소설 <침묵> _한강
결혼한 지 이태가 되어가던 겨울, 그 문제에 대해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심스럽 게 그는 말했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번 살아보게 한다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 아이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 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나는 물었다.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해? ・・・・・・왜 그렇게만 생각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 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 아?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나온 것은 그때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 을 잃고 있었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베어물 때, 내가 아무런 불순물 없이 그 순간을 맛보았다는 것만은...
한강 작가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
https://pennsa.net/deborahsmith-han-kangs-translator-for-the-nobel-prize-in-literature-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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